<BULLET BALLET>


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‘지금 이곳에 어떤 광폭의 에너지를 분출하겠다’는 선언을 들은 것만 같았다. 
충동적으로 내달리는 것 같지만 능숙하게 휘젓는 드럼 비트와 앨범 전체에 뒤덮여 지글거리는 노이즈는 
이 부정의 에너지를 더욱 극대화한다. 그러나 이런 긴장감들은 일반적인 감정과는 조금 다른 것을 건드린다. 
그것은 어두운 심해 속 아직 발견된 적 없는 (괴)생명체와의 조우에서 상상할 수 있는 공포와 두려움을 좀 더 연상시킨다. 
[BULLET BALLET]은 적에게 독식 당하지 않으려 무자비하게 칼을 휘두르면서도, 
실체 없는 ‘그것’이 곁을 떠나지 못하도록 여지를 남기는 ‘이상한’ 양면성을 지녔다. 
짧게는 1분, 길게는 3분가량 되는 11개의 트랙은 이 양면성의 곡예를 적절히 타며 리듬과 질감의 변주를 마음껏 들려준다. 
노이즈를 다루는 음악가에게 노이즈는 표준(norm)에서 벗어난 소리가 아니라 이미 표준이다. 
이것을 환대하는 음악가의 존재가 무척이나 귀한 작은 씬에 순식간에 진입한 이 아티스트의 광기 어린 습격을 즐겁게 맞이하고 싶다.

 

이승린(음악비평동인 헤테로포니 필진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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